(3.3)

마중도 배웅도 없이 (박준 시집)

박준

이곳은 아르미어 도서관(기록 보관소)입니다.
감상문 작성은 나의 독서 모임에서 진행해주세요.

📝 독서 기록 (3)

손우영
2026.03.26

이별의 공허함도 삶의 무력감도 털어놓기에는 끝이 없다. 시로 표현한 짧은 글에는 이내 다 털어놓지 못하는 깊이가 담겨있다. 나의 눈높이로 가늠하기엔 너무 깊은 시를 고개 뻗어 바라본다. 나에게 보이는 시의 깊이는 내가 뻗은 목만큼인가 보다 뻗은 목 넘어로 보이는 슬픔과 무력감 깊이는 보이지 않은채 감정의 갈래만 어렴풋이 본다 읽을수록 더욱 깊이 보고싶어 목을 뻗다 몸이 기운다 아차하는 순간 빠진 몸 아아 시는 뻗은 목을 넘어, 나의 키보다도 깊었구나

독슈리
2026.03.26

오랜만에 만나는 시에 내 뇌는 첫 장부터 삐걱거렸다. 하나의 시를 이해하기 위해 두 번을 읽고 세 번을 생각했다. 당장에 느껴지는 깊은 감성은 없었지만, 오랜만에 느껴보는 여유로운 읽기가 나쁘지 않았다. 느림의 미학, 나비의 움직임이 더 어여뻐 보이는 이유일 것이다.

한 줄의 식사
2026.03.21

나에게 있어 시는 시인과의 '대화'라고 생각한다. 시는 표면적인 표현이 아닌 언어를 활용하여 심연 속 무형의 감정을 전달하는 수단이다. 시집을 읽을 때면 글 너머의 시인의 목소리를 들으며 비슷한 감정을 그저 받아들이거나, 공감하거나, 부정하기도 한다. 시집을 읽고 와닿은 시가 한두 편만 있어도 독서를 잘 했다고 생각한다. 박준 시인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로 처음 접한 시인이다. 그 시집은 사랑의 감정에 대해 시인만의 언어로 말장난한다. 나는 그의 말장난에 빠져들었다. 직설적으로 '사랑한다'고 표현하는 것보다 그의 표현이 더 깊숙이 사랑이란 감정을 건드렸다. 그렇게 박준시인에게 빠져들었다. 그리하여 이번 시집을 선택했다. '마중도 배웅도 없이'라는 시집엔 어떤 감정을 담았을지 기대했다. 맺음 없는 제목에서부터 무언가의 여운이 느껴졌다. 역시나, 이번 시집을 읽으며 전체적으로 시인은 이별을 겪고 있다고 느꼈다. 누군가를 떠나보낸 듯한 착잡한 마음, 축 가라앉은 공기, 홀로 마무리되지 않은 관계에 대한 여운이 느껴졌다. 여러 시들 중 그런 작가의 감정이 가장 잘 와닿았던 시가 몇 편 있다. '마름' 시에서는 해안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떠나간 여름 물에 담갔던 여러 감정들을 떠올리며 미련을 느끼고 있다. '지각'에서는 이미 떠나간 이에 대해 뒤늦게 슬퍼하고 미안해하고 뉘우친다. 떠난 이를 향한 후회를 가득 담았다. '오월'과 '팔월' 시는 분리되어 있지만 하나의 시다. 팔월 전에 떠나간 '오월의 너'를 다양한 모습으로 회상하고 그리워한다. 차분히, 찬찬히 시인의 말에 귀를 기울였던 시집이었다. 현재 시인은 한 권의 이별을 겪는 중일 거라. 읽는 내내 그리 생각했다.